국토부 전세사기 소탕한다…피해방지 종합대책 발표

이보미 기자 / 기사승인 : 2022-09-01 1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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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약 직후 집주인 대출·매매 금지
임대인 체납세금·대출 등 공개 의무화
피해자 저리 긴급대출·임시거처 지원
▲전세사기 피해방지대책 브리핑하는 원희룡 장관 모습. 사진=국토부 제공

 

앞으로 전세계약을 맺기 전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체납 세금이나 대출금 등이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전세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이 금지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1억6000만원까지 저리의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최장 6개월까지 시세의 30%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시거처가 지원된다.

 

국토교통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최근 들어 전세 사기를 호소하는 피해자가 많아지면서 이를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피해자를 촘촘하게 지원하는 동시에, 범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해 전세사기 피해로부터 임차인을 빈틈없이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보고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전세사기 범죄를 강력히 단속하라고 지시하면서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것과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정부는 우선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임차인의 대항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은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명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도 그 효력은 당일이 아닌 '그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세 계약 직후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하거나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고 저당권을 설정하면 임차인의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또, 현재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신청할 때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 은행이 확인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설정하는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감안할 수 있도록 시중 주요은행과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보공개 의무도 확대된다. 임대인에게는 전세계약 전에 임차인에게 세금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규모 등의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생긴다. 또한 전세계약 후에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임대인의 미납세금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담보 설정 순위와 관계없이 임차인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우선 변제하는 '최우선 변제금액'은 높힐 계획이다. 현재 최우선 변제금액은 서울이 5000만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4300만원, 광역시는 23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2000만원으로 각각 설정돼 있는데, 법무부 심의를 거쳐 상향 수준을 정하고 연내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반대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시 연립·다세대·도시형생활주택 등에 적용되는 주택가격은 현재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춘다. HUG는 신축 빌라 등의 경우 시세 산정이 어려워 공시가격의 150%를 집값으로 인정해주고 있는데, 이때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해 '깡통전세'를 악용한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1억6000만원까지 연 1%대 저리로 긴급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이나 거주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는 HUG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등을 최장 6개월까지 시세의 30% 이하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시거처로 지원한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해 이달 중 서울을 시작으로 내년 서울·경기·충청 등 3곳에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변호사, 법무사 등을 상주시켜 전세 관련 상담과 피해구제 및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30세대 등을 위해 내년 1월까지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app)'을 출시하고, 임차인 '핵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전세가율이 높아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동(洞) 단위로 전세가율을 공개하고,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률 등의 정보를 제공해 전세사기 위험성을 알리는 식이다. 또, 공인중개사 등이 전세사기 의심매물 등을 발견해 지자체에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악의적인 전세 사기 적발을 위해 내년 1월까지 국토부와 경찰청이 특별 합동단속을 실시한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달 24일 기준 약 1만4000건의 전세사기 의심자료를 경찰청에 제공했고, 경찰청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분기별 자료제공, 단속·수사 진행방식 고도화 등 상시적 공조체계를 구축해 전세사기 근절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달 중에는 '전세피해 지원센터' 개소식과 연계해 기관 간 양해각서(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전세사기범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해진다. 앞으로는 전세사기에 연루된 임대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불허하고, 기존에 등록된 사업자의 경우 등록을 말소하며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자격사들을 대상으로도 결격사유 적용 기간과 자격 취소 대상행위를 확대하는 등 벌칙과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정 이익을 빈틈 없이 회수하기 위해 악성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집중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HUG 내 전담조직도 운영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청년층이나 서민들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 없다"며 "더 이상 전세사기 범죄로 가정이 망가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한국건설경제뉴스 / 이보미 기자 news@k-buil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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