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과 커버케이스는 물론 내부 내용도 달라
금리 미제시·폐기물 처리불 공사비 불포함 등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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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제출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사업제안. 최초 입찰 시 조합에 제출한 제안서(1번)와 용산구청에 제출한 제안서(2번)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제안서(3번)이 각각 달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 조합 관계자 제공 |
[한국건설경제뉴스=박동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 입찰과 관련해 제출한 입찰서류에서 내용이 서로 다른 점이 드러나면서 조합으로부터 공식 경고를 받았다.
서류 표지·내용 구성·사업 조건까지 일부 다르게 구성된 입찰제안서를 조합과 구청, 조합원에게 별도로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비사업 입찰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합은 추후 동일한 문제가 재발할 경우 입찰자격 박탈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HDC현산에 대해 5월 20일자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는 조합과 용산구청, 조합원에게 각각 제출한 입찰제안서 간 형식과 내용이 일부 상이했다는 이유다.
조합이 공개한 조치서에 따르면, HDC현산은 ▲입찰공고문에서 요구한 표지 양식 위반 ▲본문 구성과 인사말 유무 등 내용 차이 ▲제안서 본문 중 금융 조건 등 주요 항목 표현 방식의 상이함 등 다수 항목에서 불일치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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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0일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SNS 단체 문자. 현산의 입찰제안서 작성 기준 위반으로 입찰제안서 발송이 지연되었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 조합원 제공 |
HDC현산 측은 “조합에서 조합원 송부용 서류 마감일을 5월 19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조합은 조합 입찰안내서 ‘입찰마감일에 제출한 원본과 동일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근간으로 한 입찰 질서가 흔들릴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올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입찰자격박탈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합 "입찰규정 위반, 경고 조치...향후 동일행위 발생 시 제재"
특히 HDC현산이 조합원에게 배포한 제안서에는 이주비·사업촉진비 조달금리에 대해 ‘CD+0.1%’ 적용이 명시됐으나, 조합 및 구청 제출본에는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하거나 일부 생략한 정황이 확인됐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의 입찰안내서에는 ‘모든 이자는 기준금리(CD, COFIX, 한은 등) + 가산금리 형태로 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금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라는 조합의 지침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사업비 전액 CD+0.1%’를 제안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 공개된 입찰제안서에는 해당 금리는 ‘관리처분총회를 통해 결정한 사업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안했다. 추가 이주비와 사업촉진비 금리는 아예 제시하지 않고 ‘금융기관 경쟁입찰을 통한 최저금리 적용’이라고 불확실하게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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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제출한 입찰제안서 중 이주비, 사업촉진비 관련 내용. “사업비전액을 CD+0.1% 조달하겠다”는 홍보와 다르게 ‘금융기관 경쟁입찰을 통한 최저금리 적용’이라고 적혀 있어 조합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포털사이트 기사 갭처 |
현재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HDC현산이 조달 가능한 금리가 높아 금리 제시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커지면 해당 부분에 대한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저장물 철거·폐기물 처리비를 공사비에서 제외했다는 점도 입찰지침 위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조합의 입찰안내서 중 ‘입찰제안서 작성기준-공사비 포함항목’에 따르면 지장물 철거 및 폐기물 처리비는 공사비에 포함에 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HDC현산은 입찰제안서 기타조건에 ‘지상 및 지하 지장물 철거 및 이설, 오염토, 생활쓰레기, 지중매립 폐기물, 정화조 오폐수 등 처리비용은 제외’라고 명시했다.
조합은 “입찰마감 시 제출하는 조합용, 구청용, 조합원용 입찰제안서는 동일한 내용이어야 하며, 동일 인감 날인된 원본이어야 한다”는 입찰공고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형식과 내용이 일부 상이하였으나 입찰 본질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경고 수준으로 결정했다”며 "향후 동일 행위 발생 시 입찰안내서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에도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입찰자격 박탈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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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원 안내문 / 조합원 제공 |
남영2구역 사태 떠올리는 업계…HDC현산 신뢰 회복 과제
이번 사안은 2022년 서울 남영2구역에서 HDC현산이 입찰제안서 내용 일부를 무단 변경해 조합으로부터 입찰 무효 처리와 보증금 100억 원 몰수 조치를 받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HDC현산은 수주전에서 건축물 최고 높이와 용적률 임의 조정, 자연지반 녹지율 준수 지침 위반, 개별 불법 홍보 및 향응 제공 등의 이유로 경고가 누적됐고 조합으로부터 재입찰 제한 통보와 함께 보증금까지 몰수 당한 바 있다.
당시 조합은 “사업 조건이 일관되지 않다”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고, 입찰 자격 자체를 박탈한 바 있다. 이번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경고 조치 또한 HDC현산 입장에서는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임을 방증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입찰제안서란 단순한 문서가 아니다. 경쟁입찰 과정에서 시공사가 조합에 제출한 시험지 답안과 같은 것”이라며 “(HDC현산의 행태는)한번 제출한 시험 답안지를 바꾸지 못하는데 HDC현산은 각기 다른 시험 답안지를 3개씩이나 보낸 것이다. 제안서 발송이 결국 늦춰지게 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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