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저가수주 후 공사비 인상 반복…조합 압박에 불신 확산”

이병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5-30 0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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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40% 넘는 공사비 인상...조합원 분담금에 불만
둔촌주공, 은평구 대조1구역 등 공사 중단 ‘조합 압박’
11조원 넘는 PF대출 리스크, 공사비 인상 주 원인 지목

 

[한국건설경제뉴스=이병훈 기자] 정비사업 시장에서 현대건설이 ‘저가수주 후 공사비 인상’이라는 구조화된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수주 당시 낮은 공사비를 내세워 조합의 표심을 얻은 후, 계약 이후 각종 명분을 통해 공사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조합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광명11구역, 둔촌주공, 대조1구역 등에서 실제 공사비가 수천억 원 이상 증액됐으며, 공사 중단까지 이어진 현장도 다수 발생했다. PF대출 리스크, 계약서 문구 조정 등 현대건설의 일련의 패턴에 대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40% 이상 공사비 인상, 조합 갈등 심화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당초 총 공사비 8720억원에서 1조3154억원으로 40% 이상 공사비를 증액했다. 완공 예정 시점은 2029년으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전용 84㎡ 조합원 분양가는 약 4000만원 상승해 6억1400만원에 이르렀고, 권리가액 3억원을 인정받은 조합원은 분담금으로 3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조합간의 내홍이 있긴 했지만 현대건설이 금리와 자재값 인상 등을 이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공사비를 증액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부담감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공사비 증액이 현대건설 대부분의 정비사업 수주 지역에서 이뤄지면서 마치 패턴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둔촌주공과 대조1구역도 상황은 유사하다. 공사비 인상 요구와 갈등으로 공사가 수개월 이상 중단됐고, 양측이 타협해 공사비를 평균 40% 이상 인상한 후에야 재개됐다. 

 

둔춘주공은 공정률이 50%를 넘어섰음에도 6개월가량 공사가 멈췄고 이로 인해 사업비가 1조원이나 늘어났다.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도 기반시설공사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빚어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에 현대건설이 공사비 미지급 등의 사유로 공사 중단 안내문을 걸었다. 이 현장은 금년 조합총회에서 공사비 2566억원 증액안을 통과시키며 공사가 재개됐다 / 조합원 제공

대조1구역의 경우, 조합총회에서 증액안 부결로 집행부가 해임되고 주민 갈등이 심화된 끝에 현대건설이 공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와 철거까지 모두 완료되고 2년 넘도록 현대건설은 착공을 고의로 미루고 있다”면서 “공사비가 현대건설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실상 조합을 상대로 착공을 지렛대 삼은 압박 전략”이라고 말했다.

 

도급계약서 문구까지…공사 중단 조항 삽입 논란

 

현대건설이 과거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공사도급계약서에 ‘공사 중단’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항을 추가해 논란이 됐다. 계약서 원안에는 ‘수급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를 정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현대건설은 여기에 ‘천재지변, 전염병 등 불가항력 사유’와 함께 ‘수급인의 책임 없는 사유’ 등 불명확한 예외 사유를 포함시켰다.

 

사실상 공사비 인상 등 문제가 발발 시 공사 정지를 가능하게 하는 문구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또 공사중단으로 발생하는 부담을 ‘도급인을 대신해 대주에 대해 손해를 우선 배상하며, 이후 손해배상액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꿔 책임준공 의무를 피하기도 했다.  

 

▲한남4구역 조합에 제안한 현대건설의 공사도급계약서(안). 책임준공을 약속했지만 계약서 곳곳에서 공사 중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 제보자 제공

 

업계는 이러한 조항이 향후 공사비 인상이나 갈등 발생 시 공사 중단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공사의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PF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가 배경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반복되는 공사비 증액 패턴의 배경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를 지목한다. 현대건설은 11조원이 넘는 PF 대출을 안고 있으며, 이는 무리한 수주 경쟁과 미수 채권 증가에서 비롯된 결과다.

 

윤영준 전 대표이사 체제에서 공격적으로 수주를 늘린 것이 문제의 시작으로 지목된다. 공사비를 낮춰 수주한 후, 착공 전후로 공사비를 인상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곳곳에서 반복되며, 조합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현대건설 전략’ 통하지 않을 듯

 

현재 수주전이 진행 중인 성수전략정비구역의 경우, 조합원들의 기대 수준이 높고 브랜드 가치에 대한 요구가 커 저가수주 전략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은 강남 생활권과 인접한 준강남권으로 고급 주거·상업 복합 개발이 예정돼 있어, 기술력과 시공 신뢰도가 시공사 선정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 / 업계 제공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조합을 상대로 착공 지연과 공사비 인상을 연계한 전략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익 구조 개선 없이 지속되는 PF 부담과 조합 갈등은 오히려 시공사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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