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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
[한국건설경제뉴스=최대식 기자] 서울 재건축의 상징지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에서 ‘동수 감축’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같은 서울시 내 여의도한양아파트가 최근 동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통합심의를 통과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압구정2구역 조합은 "단 한 개동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한양 재건축안에서 5개동을 4개동으로 줄인 대안설계를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압구정도 설계 유연성을 확보하면 단지 전체 가치가 수천억 원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하지만, 조합은 ‘스카이라인 훼손’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여의도한양 5→4개동 축소... 압구정2구역은 정반대 흐름
여의도한양아파트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지다. 당초 신통기획안에선 총 5개동 구성안이 제시됐으나, 현대건설은 이를 4개동으로 축소한 대안설계를 통해 수주에 성공했고, 2024년 12월 서울시 통합심의에서 최종 통과했다.
동수를 20% 이상 감축한 이 설계는 도시경관, 단지 배치, 커뮤니티 특화 설계 등의 측면에서 오히려 설계 완성도를 높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울시는 이 안에 대해 "건축적 가치와 공간 활용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스카이라인 훼손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반면 압구정2구역은 현재 설계안에 14개동이 포함되어 있으며, 조합은 이를 단 1개동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 집행부는 "동수 감축 시 스카이라인이 무너져 서울시에서 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서울시는 경관·배치·조망 등 종합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동수 변경이 반드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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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2구역. 사진=독자 |
한강조망 확대 시 단지 가치 약 9천억 상승 가능
현재 압구정2구역은 전체 세대 중 약 35%에 해당하는 900세대가 한강조망이 불가능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중앙부 조경공간(일명 베르사유 정원)을 일부 조정하고 동수를 1개만 줄이더라도, 배치 변경을 통해 약 300세대가 새롭게 한강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세대당 약 30억 원의 조망 프리미엄이 적용될 경우, 전체 단지 가치는 약 9,000억 원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분양가 심사, 향후 매각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다.
조합 내부 강경 기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수도”
압구정2구역 조합 일각에서는 조망권 확대보다 단지 내 조경공간 유지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이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압구정에서 한강조망은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프리미엄이다. 지금 논의를 원천 봉쇄하면 조합 전체의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압구정2구역의 선택은 ▲14개동과 대규모 중앙정원을 유지할 것인가 ▲1개동을 줄여 한강조망을 확보하고 수천억 규모의 단지 가치를 높일 것인가에 있다. 결국 조합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여의도한양 사례는 ‘서울시는 유연하게 판단한다’는 선례를 보여주었다. 압구정2구역이 이 흐름을 따를지, 아니면 고집을 이어갈지는 조합의 전략적 결단에 달렸다.
한 조합원은 "단지 안 정원도 좋지만 압구정에서 한강조망은 돈으로 환산 불가한 프리미엄이다. 조합이 이렇게 큰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후일 조합원 반발도 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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