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인건비 상승 등 원인
시공사들 공사비 부담 커지자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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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파트 재개발 전경<사진=셔터스톡> |
최근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는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사를 찾지 못하거나 사업이 유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낮은 공사비를 제시히는 정비사업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조합이 사업이 지연되면서 받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공사비를 증액하고 입찰 보증금을 낮추는 등 시공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값 폭등 ‧인건비 상승‧ '제로 에너지 건축' 의무화 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참여에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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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사진=포털사이트> |
19일 업계에 따르면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1차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2차 입찰에서 총 공사비를 34% 올린 1,283억원(956억원)으로 책정 후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3.3㎡당 공사비를 65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인상하였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유찰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조합의 고육책으로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도 재입찰 공고를 통해 3.3㎡당 공사비를 743만원에서 840만원으로 올렸고,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공고를 낸 구로동 보광아파트 재건축도 3.3㎡당 807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하며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다섯 번째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3.3㎡당 공사비를 종전 평당 525만원에서 719만원으로 올렸지만 시공사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로 남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손꼽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데다 공사비 700만원 초반대로는 향후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것. 갈등이 예상되는 사업장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시공사들의 속내가 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양천구 신정4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도 2차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한 곳만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건설사들의 신중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사들 역시 내년부터 민간 아파트에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되면서 공사비를 인상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건축 기준이 도입되면 사업 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아파트의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여 에너지 자립율을 20% 이상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3.3㎡당 800만원대인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공사비가 앞으론 1000만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층간소음 규제와 전기차 충전시설이 강화되면서 공사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5등급 충족 기준으로 공사비가 기존에 비해 26~35% 뛸 것으로 추산되어 건설비의 추가상승이 불가피하다.
시멘트값 인상도 공사비 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성신양회는 지난 2일 레미콘 업계 등에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t당 10만5000원인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12만원으로 14.3% 올린다는 내용이다. 업계 1위인 쌍용C&E가 14.1% 인상을 선언한 데 이은 올해 두 번째 시멘트 가격 인상 통보다. 시멘트업계는 전기료 인상과 환경부담금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사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 추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멘트 제조 단계에서 탄소배출 경감을 위한 전방위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공사비 상승을 원인으로 내년 아파트 사업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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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멘트사들은 “전기료, 설비투자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시멘트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사진=포털사이트> |
업계에서는 7월부터는 서울시 조례 개정에 따라 서울에 위치한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지기 때문에 오는 7월부터 정비사업지 시공사 유찰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은 100여 곳 이상으로 이 중에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 강남 일대의 ‘알짜’ 사업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오는 7월부터 이러한 입지 좋은 사업지에서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3.3㎡당 800만원 이상의 공사비를 책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공사비를 올려서라도 빠르게 분양하는 것이 오히려 조합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과거 조합이 우위에 놓였다면 지금은 건설사가 우위에 놓인 시장이 됐다”면서 “조합도 빠르게 공사비를 올리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원자재값이 더 올라 입찰을 성공시키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건설경제뉴스 / 박인선 기자 kbu751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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