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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제안한 ‘파크하얏트’가 3획지 고층부(네모 안)에 배치되어 있다 / 조합관계자 제공 |
[한국건설경제뉴스=이병훈 기자]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개발사업에서 조합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부지에 ‘조합은 이용할 수 없는 고급 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이 우선 선택할 수 있는 입지를 시공사가 호텔 브랜드에 할당하고, 그 공사비까지 조합이 부담하도록 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현장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업 취지와 조합원 권리를 동시에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합 1순위' 부지, 외부 관광객 전용 시설로 전용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수주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좋은 입지로 평가받는 3획지에 ‘파크하얏트’ 호텔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부지는 서울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용산역 인근으로, 도보권에 4호선 신용산역과 대로변 진출입도 용이하다. 특히 고층 조망이 가능한 최상급 입지로, 통상 조합원 배정에서 ‘1순위 경쟁’이 벌어지는 핵심 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HDC현산은 이 부지를 아예 외부 관광객 전용 호텔로 지정해 조합원이 거주하거나 분양받을 수 없도록 설계했다.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우리 땅에 왜 우리가 못 살게 하느냐”며 “수익을 위해 조합 권리를 희생시키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공사비는 조합이 부담, 수익은 시공사 계열사가 독점?
논란은 입지뿐만이 아니다. HDC현산이 조합에 제안한 사업 계획에 따르면, 호텔 객실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조합 분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욕조, 조명, 커튼 등 객실 내부 마감 비용까지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 조합원 설명회에서도 직접 언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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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의 입찰제안서에 ‘파크하얏트 호텔 객실공사비’가 포함되어 있다 / 조합관계자 제공 |
호텔 운영은 HDC그룹 계열사인 ‘호텔HDC’가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텔HDC는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물며 재정상황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합 자금으로 호텔을 지어준 뒤, 그 수익은 시공사 측이 회수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조합이 아닌 호텔 이용객을 위한 ‘330m 스카이브릿지’가 단지에 포함되며, 조합원과 입주민의 접근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조합원 불만을 키우고 있다.
학교 반경 내 호텔?…법적 리스크도 부담
법률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호텔이 설계된 위치는 인근 초등학교 반경 75m 이내에 포함되며, 이는 교육환경 보호법과 관광진흥법상 숙박시설 설치 금지 구역에 해당한다. 법제처는 “복합건축물이라 하더라도 부지 기준으로 거리 제한을 적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해당 구역에 대한 명확한 규제 준수 여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 건립 강행은 향후 인허가 및 법적 분쟁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도시정비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정비사업의 공익성과 조합원의 주거권을 동시에 위협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 상업시설 유치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조합원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합 측은 HDC현산과 향후 제안내용 수정 여부를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사업에서 사업자와 조합 간 신뢰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호텔 유치안을 둘러싼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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